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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성지순례길, 어플 설치하고 지도따라 가보기, 전태일 기념관 방문

엄마는 성당을 다닌다. 

신앙이 깊고 하느님의 사랑아래 매일매일 아주 열심히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멋지고 나이스한 여성이다. 

이 훌륭한 여사님은 딸인 나는 희한하게 다정따위 없이 막 잡아댄다.

할 수 없이 "성지 순례길" 어플하나 깔고 성지순례를 가보기로 했다. 모든 코스를 다 돌 수는 없어서 돌만한 코스로 대충대충 짜서 갔다.


중림동 약현성당

일단..... 성당이 언덕배기이다. 음.... 심란한데?

입구 초입.
꽤나 험준한 언덕배기인데 길이 참 정갈하다.

약간 등산로 같은 기분인데, 길이 잘닦여져 있어서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금세 성당이 보인다. 한 2~3분 걸리나?

굉장히 잘 꾸며놨다. 숲속의 아주 유능한 정원사를 둔 대저택 같은 느낌?

나무 하나하나 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 와.... 그냥 보기만 해도 힐링되네. 

 

내가 좋아하는 성모마리아님

자애로운 성모마리아님. 예수님을 훌륭하게 키우신 분이다. 볼 때마다 늘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으시다. 

약현성당 내부

나는 성당의 저 높은 아치형 천장이 참 좋다. 은은하고 경건하고 뭔가 사람을 감싸 안는듯한 느낌이다. 

밖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산책로 같은 작은 오솔길이 있는데 돌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문구가 써져 있다. 묵상하는 길이라고 했던가? 기도를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그건 잘 몰라서 나는 그냥 천천히 구경만 했다. 

돌 하나하나에 정성이 묻어있다.
김대건 신부

성당이 크지는 않았는데 아기자기하게 정말 잘 가꾼 느낌이다. 게다가 산책하는 느낌도 들고 마치 작은 공원에  소풍온 기분이다. 

다음 예정지는 종로성당이다.

도시 한복판에 있어서 그냥 큰 건물 모양이다. 약간..... 시청이나 구청같은 관공서 느낌?
입구쪽

예수님 사진이 놓여있다.

종로성당 내부

미사실 내부가 생각보다 꽤 컸다. 미사가 없어서 안이 고요하고 정갈하다. 

미사실 맞은편에스는 마리아의 정원이 있다. 

내부가 아늑한, 식물이 컨셉인 카페 느낌이라 잠시 자리에 앉았다. 

엄마가 소원초를 하나 구매해서 소원을 비셨다.

성당 안에 이렇게 작은 정원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여기 성당 다니는 사람들은 참 좋겠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있었는데 음료섭취는 불가이다. 

좌포도청

여기서 한.... 10분~15분 정도 가면 좌포도청이 나온다.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하신 장소인데 경찰서 옆쪽 벽 한편을 차지한 장소이다. 

처음에는 작은 건물 같은건줄 알고 주변만 빙빙 돌았는데 가만 보니 벽하나를 세워두고 터를 만들어 둔 것이다. 약간 사이드 화단 같은 느낌?

경찰서 건물 간판위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좌포도청 옛날 모습인듯 한데 이 장소에 경찰서가 있으니까 왠지 오~~ 이런 느낌이다.
엄마랑 나란히 구경하는데 지나가던 사람들도 간혹 구경하는걸 보니 이것도 참 괜찮은것 같다.

크게 구경할건 없어서 다음 자리로 이동했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 터 

인도 한켠에 오뚝이 처럼 서있다.

한바터면 못 보고 지나갈 뻔했다. 

인도 위에 오뚝이처럼 나와있는데 주변에 관심이 없이 걸어가면 있는지조차도 모를 것 같다.

그 옆에 조금만 가면 냇가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있다. 

오도커니 기념비가 있다.

관심 없으면 이게 뭔지 모를듯한 기념비가 둥그렇게 서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 여기가 그 터는구나....' 싶다. 

다리도 아프고 슬슬 집에 가야지... 싶은데 바로 근처에 전태일 기념관이 있어서 갔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못 본 척 지나가기에는 조금 아쉬울 거 같고 잠시 아픈 다리 앉아서 쉴 수 있으니까 들어갔는데 평일이라 그런데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전태일 기념관

봉제 공장의 모습을 재현해 놓음.
허리도 못펼만큼 좁은 공간이다.

비록 재연이긴 하지만 진짜 이런곳에서 일하라고 하면 되게 심란할 거 같다. 저렇게 좁은 공간에 갇혀서 끊임없이 재봉틀만 돌려야 하는 청춘이라면.... 차라리 안 태어난 게 더 행복할 뻔하지 않았을까. 

나도 재봉틀을 조금 할줄 아는데 관심 있어서 배우기도 해 봤지만 취미로 즐기는 것과 생업은 다르다. 진짜 젊은 청춘들이 시들시들 콩나물처럼 옹송거렸을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전태일의 절규

전태일 덕분에 노동법도 강화되고 23년도의 지금은 최저임금도 준수해주고 작업 환경도 많이 나아졌지만,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피의 희생을 먹고 자란다. 

이런 걸 보면 출생률 떨어지는 것도 이해가 없잖아 간다.
노예에서 못 벗어날 것 같다면 그냥 노예를 생산하지 않으면 된다. 
적어도 딸린 식구가 없거나 책임져야 할 존재가 없다면 아무리 노예로 태어났어도 적당히 자기 밥벌이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행복이 멀리 있는게 아닌것처럼. 

전태일의 꿈, 작품

보라색과 붉은색 조명과 어우러져 날아가는 열기구는 무슨꿈을 꾸었을까.

내 꿈은 어디 창고에 들어있을까.
집으로 가는길

엄마랑 집으로 돌아 가는길에 커다란 조형물을 보았다. 저 사람이 간절히 하늘높이 치켜든 저 공에는 무슨 소망을 담았을까. 

성지순례길을을 따라 전태일 기념관까지로 마무리된 짧은 여행은 내 마음에 잔잔한 파도의 꿈과 행복에 관해 좀 더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음.... 100세 시대 인생 알차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