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날씨 너무 좋다.
이럴 때는 여행 가고 싶은데 너무 멀리 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매일 갔던 곳만 가기는 지루하고 날씨가 참 아깝고.... 이럴 때 고궁 나들이를 하는 게 딱이다 싶어 길을 나섰다.
광화문 광장에서 5분정도 걸어가면 경복궁이 보이는데 멀리까지 시야가 확 트이고 저 멀리 북악산이 보이는데 구름이 마냥 솜사탕이다.
옆에는 KT건물인데 뭔가 재밌어서 찍어봤다. 음... 뭔가 예술스럽고 쫌 멋진데??
앞에 세종대왕상에서 사람들이 다들 사진을 찍는다.
평일이라 엄청 복잡하지는 않았는데 관광객도 많고 나처럼 나들이온 내국인들도 많아서 평일이지만 입구는 꽤 분주하다.
항상 도시의 다닥다닥 높은 건물만 보다 이렇게 탁트인 넓은 마당을 보니 눈이 편안하다. 위에 송송 떠있는 구름들도 귀엽고.
국립고궁박물관
경복궁도 궁이지만 바로 옆에 고궁 박물관이 있어서 박물관부터 구경을 갔다.
입장료가 무료인데, 관리를 굉장히 잘했고 정말 전시관도 깔끔하고 좋았다.
박물관에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중간 중간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보니까 왕의 한복이 참 단정, 깔끔하다. 단정한 진감색의 깔끔한 무늬, 기품 있는 자락... 왕이 앉는 어좌는 넓고 품위 있으나 왕좌가 썩 편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예전에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봤을때 항상 나오던 규장각의 모습과 비슷하다. 진짜 붓냄새, 낡은 종이냄새가 날 것 같다.
조선의 궁궐
이번엔 궁궐 구경이다.
궁궐 약도가 그려진 그림이 크게 걸려있는데 3D 입체영상같다. 특히 나무와 산등성이가 눈앞에 튀어나와 보여서 한참 동안 지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색감도 적당히 있으면서 지도가 매우 상세한데다가 굉장히 입체적이기까지 해서 지도가 아니라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궁궐 옛 지도가 이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다음 지도 찾기 수준이다.
왕비의 복식은 화려하고 아름답고 기품있다. 저 가체는 정말 정말 무거워 보이지만.
예전에 시크릿가든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 땀 만든~ 이 대사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위의 장신구도 코리안 장인이 정말 한 땀 한 땀... 만든 느낌이다.
너무 비싸서 꽂는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은은하고 기품 있다.
그 당시에는 컴퓨터도 없고 시안도 없고 기계도 없고 그냥 몸갈아서 한 땀 한 땀 만든 수작업일 텐데 구찌, 샤넬, 루이뷔통 못지않다. 금과 옥과 진주와 아름다운 보석들이 영롱하다.
왼쪽 하단의저 큰 벽돌 두 개 곂쳐놓은 게 뭔가.... 싶어서 한참 봤는데 커다란 벼루이다.
행사 때 쓰였을 것 같은데 문관출신이면 견물생심이라고 벼루 들고 튀고 싶을 정도로 명품 같은 느낌이다. 저렇게 화려한 벼루는 처음 본다.
박물관 어린이 코너
어린이 키즈 코너인데 도장 찍기도 있어서 찍어봤다. 귀여운 동물 도장이 많아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조선의 제사문화
조선의 제사라고 하는데 제사상 장면이랄까? 되게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낯설다.
한참 돌다가 잠시 로비로 나왔다. 고궁이든 박물관이든 구경하다 보면 다리가 아프다. 좀 쉬었다 가야지....
로비에 전시된 자동차인데 당시에는 아마 마차에 좀 더 가까웠을 듯하다. 아주 거대한 트럭 스타일인데 디자인이 옛스러운데 정말 매력 있다.
예전에 애니메이션의 작은 숙녀 링에서 등장할법한 자동차의 모습이랄까? 기동성이나 안정성은 별로일 거 같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지금 출시되고 팔릴 것 같다.
기프트샵
고궁 박물관이라 그런지 매장이 동양적이고 디자인이 예술작품 같다.
솔직히 식기류나 이런 건 그냥 맘 편하게 쓰기 힘들겠다. 너무 예뻐서 못 먹는 케이크를 보는 느낌이랄까? 저 나무식기도 너무 예뻐서 막 편하게 쓰긴 어렵겠구나... 싶다.
음.... 부자인 분들은 좀 다르려나?
장신구가 참 예쁘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장신구에 대한 열의나 욕구가 현저하게 떨어져서 그렇지, 예전 같았으면 저 나비 모양이나 꽃잎목걸이 하나정도는 사볼까 꽤 고민했을 듯.
한국적이면서 동양적인 단아한 모양이 꽤 좋았다.
경복궁 입구
박물관을 뒤로하고 원래 목적이었던 경복궁으로 출발했다. (성인 입장료 3,000원)
평일인데 여기는 사람이 꽤 많다. 날씨도 참 좋았고 널찍널찍 전체적으로 눈이 편안하다. 큰 고층건물이 보이지 않고 하늘이 뻥 뚫려 있어서 더 크고 넓어 보인다.
여기가 사진 맛돌이인지 여기서 사진을 엄청 찍는다. 야간에 보면 더 예쁠 듯한데 아직 야간은 안 가봐서 구경만 열심히 했다.
중간중간 걷다가 다리가 아파 의자에 앉아서 쉬는데 내가 저 잘 가꾸어진 넓은 뜰을 보며
"엄마, 저 넓은 정원이 우리 집 앞마당이라 생각해 봐. 저 잘 가꾸어진 소나무랑 넓은 잔디, 그러다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유유자적하게 산책하고 있다고 상상해 봐. 생각만 해도 부자 된 거 같고 기분 좋지 않아?"
"진짜가 아닌데 뭐가 기분이 좋아?"
"그러니까 상상을 해보라고오~~~~."
"상상을 왜 해~~~"
난 엄마랑 더 이상 대화를 안 하기로 했다.
고궁을 거닐다 보니, 다 사람손이 하나 하나 간 게 눈이 보인다. 전체가 무슨 커다란 예술작품 같다. 하다못해 다리 하나도 소담하니 예쁘다.
가끔 시간이 있다며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나무도 보고 고궁도 거닐고 놀아야 하는데, 서울 살면서 느낀 게 자연을 두고도 감상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는 거다.
이게 내가 게을러서 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힐링하고 집에 오니 역시.... 집이 제일 편하다.
여행은 힐링도 되고 눈이 즐겁고 마음도 청량해지지만, 맨 마지막에 돌아와 집에 와서 씻고 방에 누워 있으면 그때 내가 천국에 왔나? 하고 느낀다. 난 이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여행을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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