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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국립중앙박물관, 오늘은 박물관을 가보자.

 

당일치기로는 박물관만큼 볼게 많고 재미있는 곳이 없다. 

사실 중, 고등학교때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회등은 대체 왜 가나.... 재미도 없고, 다리 아프기만 하고 그랬는데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박물관의 그 조용하고 삼삼한 느낌이 좋다. 

지하철 입구부터 박물관 가는길이 친절하게 붙어있다.

나는 평일에 갔다. 주말에는 사람이 어딜 가든 많으니까 찬찬히 즐기고 오고 싶다면 가급적이면 평일이 제일 좋다. 

입구부터가 무슨 대학교 같네?

박물관이 정말 하나하나 정성을 들인 느낌이다. 깨끗하고 건물도 반짝반짝하고 나무나 꽃 하나하나 여간 신경 쓴 게 아니다. 

전시관 입구가 보인다.

건물이 너무 멋져서 외관도 한참 봤다. 건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예술적이고 도시적이고 현대적이다.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이지만, 가끔 이런 멋진 건물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와, 진짜 멋지구나.'

이런데는.... 냉 난방비랑 유지비가 많이 나오겠지? 층고가 높아서........ 뭐, 이런 소시민적이고 현실적인 생각도 들고... ㅎㅎㅎ

평일인데도 사람이 제법 많다.

입구에  1층 전시실부터 돌기로 했다. 

구석기, 신석기 시대~ 신라까지

 

조개 장식

구석기든, 고조선이든,  아님 서울이든 그게 어디든지 간에 사람은 미를 추구한다. 이건  본능인가? 그 당시에 조개껍질 주워서 저렇게 장식도 만들고 요리조리 꾸몄다고 한다면 꾸밈은 인간의 본능이자 아름다운 걸 추구하는 건 되게 당연한 거 같다. 

가끔 화장품 광고나 피부과, 성형외과 광고 등에서 마치 영원한 아름다움을 광고 하는걸 보면 참.... 기분이 그랬는데 저 조개껍질 줍고 사냥하고 다니고 나뭇가지 주워서 불 피워서 밥 먹던 시기에도 예쁘고 멋진것들을 동경한 걸 보면 이건 진짜 인간 고유의 본능인 거 같다. 

청동기 시대

나는 처음 이 청동검을 봤을때 저렇게 엄청 부실한 검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이 청돔검은 사실 제사장이 행사할 때 쓰는 물건이지, 전투용이 아니다. 

검 치고는 굉장히 예쁘고 굴곡이 참 아름다운데 특별한 의식등에서 제사장이 사용한 도구라는 말을 듣고 바로 납득해 버렸다. 당시는 청동이 엄청나게 귀했을 텐데 마치 전체가 순금으로 이루어진 검을 보는 것과 같은 가치라 생각한다. 

부여, 삼한, 고구려

옥구슬인가?

옥을 어떻게 가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싸구려 플라스틱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영롱하기도 하고..... 음.... 내가 옥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건 확실한 거 같다.

난 이런 장신구는 예쁜지는 잘 모르겠더라.....

생각해 보니 한복 같은 류의 길고 나풀거리는 옷에는 잘 어울릴 거 같기도 하고.... 양장식 스타일의 옷에는 매우 촌스러울 거 같기도 하고....

사신도

사신도

사신도를 보니, 예전에 환상게임이라는 만화책이 생각이 났다. 진짜 그당시 내 최애 만화였다. 학교 끝나고 환상게임을 한권씩 펼쳐볼 때마다 어찌나 재밌던지.... 

출처: 알라딘

지금은 애니로도 나왔다는데 나는 만화책으로만 봐서 내용은 좀 다를지 모르지만 저 그림체의 소녀가 여주인공으로 주작의 무녀이고 남자가 주작을 지키고 모시는 무사로 나온다. 

맑고 사랑스럽고 씩씩한 소녀가 이계에 빨려들어가 한 나라의 수호신으로 주작을 모시는 무녀가 되고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무사들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내용인데, 그때는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매일 매일이 행복했는데 지금은 너무 유치하고 뻔한 얘기라 두 번은 읽지 못하겠다. 

뭐든 유치한것이든 웃기는 것이든 때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읽으면 줘도 안 읽을 유치뽕짝이라 덮어버렸겠지만 중고등학생 때의 나는 이 만화책을 아껴가며 야금야금 읽어 가는 게 밥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즐거웠으니 말이다. 

 박물관에 걸린 그림을 보니 진짜 예전에 봤던 만화책 내용이 마음속에 빙글빙글 돈다. 

지붕 기와라고 했던것 같은데?

지붕 기와 장식이라고 했던것 같은데....(가물가물....) 뭔가 전투적이면서 웅장하다. 한 땀 한 땀 이태리 장인의 솜씨 같다. 저걸 어떻게 다 조각해서 깎았을까?

백제, 가야, 신라

화려한 금장식들

확실히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세공 기술이 정교해지고 더 화려해졌다. 

저 제사에 쓰인 방울이며 갑옷, 화려하기 짝이 없는 귀걸이 등.... 지금 세공기술하고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난 개인적으로 신라가 참 좋더라. 옷도 예쁘고 나름 여남 평등사상도 강했던 시기에다가 여왕이 나라를 다스리기도 했고. 

왕관과 금띠

와아.... 화려하다.

왕이나 왕비가 착용했을법한 금띠의 금관 장식인데, 한눈에 봐도 아름답고 화려해서 시선이 확~ 간다. 저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도가 있었을까.

국사 교과서에 실린 토기를 여기서 보네.

무덤의 주인을 지키는 무사 모양의 토기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늠름하다. 아주 친숙함. 

방울장식, 가슴 꾸미개, 유리잔

저건 유리잔인가? 도자기로는 안 보이는데... 약간 옛스러운 디자인이지만 고풍스럽다. 당시넨 유리세공도 참 비쌌을 텐데, 사람손은 진짜 금손이다. 

경천사 십층석탑, 국보

1층 로비에 커다란 10층 석탑이 있는데 사진명당이다. 사람들이 한 명씩 와서 찍길래 나도 잽싸게 찍어봤다. 

귀여운 초등학교 아이들도 우와~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사진 맛집이다. 

발해, 고려, 조선

벽돌 장식

무덤의 벽면 장식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동물 무사와 동양의 신이 그려져 있다. 

아주 예전것인데도 제법 윤곽이 뚜렷하다. 날카롭게 위로 치켜든 검과 여러 개의 손의 현란한 모습이 인상 깊다. 

 

철불

상냥하시고 준엄하신 부처님. 난 부처님의 저 온화하면서 강단 있는 표정이 참 좋더라. 

청자와 작은 청동 탑

그리고 왠지 느낌이 익숙하고 친근한 청자. 사극에서 많이 본 스타일이라 하이파이브 하고 싶을만큼 친근함. 

고려전시실 옆에는 디지털 영상관이 있는데 여기서는 꼭 영상을 보고 가자. 정말 재미있고 영화관보다 더 리얼리티 하다. 와... 일단 스크린빨이 장난이 아님 

꽃잎이 나풀나풀

영상인데도 내 머리에 꽃잎이 내려앉을 거 같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영상에 펼쳐지는데 오랜만에 영상미가 매우 뛰어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음. 

진짜 여기는 영상 맛집이니 시간 아까워하지 말고 꼭 보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곱씹었으면 한다. 

대한제국

그 당시 화폐의 모습도 보인다

대한제국까지 돌았더니 1층은 다 둘러본 거 같아서 2층으로 올라갔다. 

사유의 방, 반가사유상 

2층에는 그 유명한 사유의 방이 있다. 진짜 이곳만 유난히 사람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사유의 방
실제로 와서 보면 진짜.... 엄청 멋있다.

넓은 방하나에 높은 천장 원형의 큰 조명 하나, 그리고 정말 딱 두 점의 작품.

이건 실제로 보면 정말 느낌이 다르다. 사진으로 영혼을 담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이것 때문이라도 한번 더 가보고 싶을 정도이다. 
서화, 불교회하, 목칠공예, 기증문화재 장인의 작품들

작은 조각상들, 목칠 공예

이때부터는 다리가 조금씩 아파서 구경을 쉬엄쉬엄했다.

당시에 천연 색소로 저만큼 알록달록 색칠을 했으니 정말 물감도 비쌌을 듯 싶다. 그 당시에는 색이 엄청난 사치재였을텐데.....

지금 태어났으면 단돈 5,000원에 다이소표 저렴한 걸로 마음껏 색을 쓸 수 있으니 그렇게 따지만 나는 이미 부자인가? 

왼쪽은 봉황이다, 닭땡땡이가 아니다.

백자인가? 저기에 그려져 있는 건 용인 거 같은데, 음... 모르겠다. 

나전칠기
부처님인가? 모르겠음....
약간..... 전우치 느낌?

위의 액자를 보니까 전우치가 말 타고 휘리릭~ 가버릴 듯한 느낌이다. 난 색칠도 좋은데 이렇게 색칠 없이 음영만 있는 그림도 좋더라.

화가의 방

당시에는 그림을 바닥에 대고 무릎 꿇고 그렸구나.... 되게 불편하네. 차라리 서서 그리는 게 더 나은 건가? 넓은 입식 책상 하나 놔주고 싶다. 다리 안 아프고 마음껏 그리라고. 

난 남의 작업실 이렇게 구경하는게 참 좋더라. 뭔가 그 공간만의 엄숙함과 뚜렷한 열정이 있달까? 마치 잘 꾸며진 도서관에 가서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고르고 책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을 때의 모습을 슬쩍 엿보는 느낌이다. 

 

이런 곳은 학구열이라고 해야 하나? 탐구열이라고 해야하나...... 속세에 찌들어 돈을 생각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잠시나마 진짜 학문이나 순수 문학을 탐닉하는 인간의 순수하고 정갈한 탐욕이 느껴진다. 

뭐, 사실 당시에 고용된 화공들은 월급쟁이라 상사 눈치 보며 아픈 날도 출근해서 그림 그리고, 돈에 쪼들리고 인센티브에 목매다는 K 직장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 세계 문화유산 

다음은 3층으로 올라갔는데 여기는 메소포타미아,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등의 도자기등 세계 주요 문화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이렇게 각 국의 나라별 방이 있다.
일단.... 확실히..... 눈이 크다.

음.... 눈 크고 다리 길고.... 으으음..... 부럽다. 심지어 장식품도 길쭉길쭉하네. 저쪽 사람들은 다리가 길고 키가 컸나?

벽화들.

벽화의 사람들이 꽤 생동감 있다. 당시 입었던 옷 스타일이나 머리모양, 장신구, 신발 등 역사학자들이 보면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할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자도 그려져 있는 걸 보면 동물을 숭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신들

신들이 다채롭고 꽤나 육감적이다. 금방이라도 칼 휘두르며 전투하러 나갈듯한 느낌? 여성신도 뭔가 느낌이 아르테미스 같은 전사의 느낌이다.

나... 이런 거 좋아하는데.

여기는 여신도 있고 남신도 있고 뭔가 다들 평등하고 남녀의 역할등이 없이 그냥 본인에게 분배된 구역에서 최선을 다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신들끼리 치고받고 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여신이 선녀정도인데, 선녀는 옥황상제를 보조하는 역할이지, 여왕은 아니지 않은가? 비단옷 주렁주렁 치렁거리지 않고 옷도 꽤나 활동적이다. 

여기는 중국이었나?
일본 무사옷

일본은 갑옷부터가 뭔가  아기자기하면서 심란하다. 뭔가... 키가 더 작아 보이는 느낌? 뭔가 작고 인형 같고.... 쫌 촌스럽다. 그냥 다 작아보인다.

다다미방

역시 귀엽고 작고 아담하고 따듯해 보이는 다다미방. 

다다미방도 옛스럽고 따뜻해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온돌이 좋다. 일단 다다미는 청소하기 되게 힘들거 같다. 위생도 엄청 신경써야 할거 같고. 아..... 청소하기 싫어서 못살거같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겨울에는 방바닥이 따수워야 사람 사는 것 같다.

등을 따땃~ 하게 지지고 나서 다 지저진 등짝이 흐물흐물 해지만 여기가 천국인가? 어디인가? 전기장판을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가마

가마가 꼭 작은 방 같다. 굉장히 화려하면서 안쪽에 수놓아진 그림들이 아기자기하다. 

도자기들.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릇들이 놓여있는데 실제로 식기류로 썼을 거 같지는 않다. 

굉장히 화려하기도 하고, 그냥 공예품이나 장식용으로 쓰였을 거 같은데 뭔가 음식을 담아 먹기에는 너무 아름다워서 황송할 거 같다. 

 

3층은 돌다가 돌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닳아서 더 이상 못 찍었다. 밖에 나오면 인공호수도 있는데 진짜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은 종종 김밥이나 간단한 도시락 싸서 벤치에서 먹고 가도 그냥 소풍일 텐데, 주변 사는 분들인 이렇게 좋은 인프라를 마음껏 누릴수 있어서 좋겠다 싶다. 

다음에 기회 있으면 또 와야지. 예전에 멋모르던 학생 시절에는 이런 게 귀한줄도 몰랐는데 나이드니 이런게 참 취향이 소중해진다. 

내일도 또 내일도 나는 조금씩 한 발짝 나아가겠지. 그리고 또 내 취향을 좀 더 알아갈 테고. 서울은 번잡하고 혼잡스럽고 너무 너무 예쁘고 반짝 반짝하고 놀데도 많고 가볼데도 많고 좋은 데가 많아서 행복하다. 

사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서울의 뛰어난 인프라를 못 누릴 때가 더 많은데 국립중앙박물관은 입장료가 무료! 이기까지 하고 이건 바쁘다 피곤하다 이러는 건 그냥 나의 핑계일 뿐, 내가 조금만 시간내고 노력하면 거의 무료나 적은 금액으로도 눌리수 있는게 많다.

아무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행복도 별게 아닌데 세속적인 나는 통장 잔고를 보면 그저 한숨만 나고.... 그래,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가끔 쉼표도 찍어주자.

항상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