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해주는 국가 건강검진 안내문이 날아왔다.
2년마다 한 번인 걸로 알고 있는데 벌써 또 날아온 거 같다. 집 근처에 병원을 예약하고 방문. 전화 예약을 하니 위내시경과 유방암 검사도 포함된다고 해서 약간 쫄면서 갔다.
'아... 나 유방암이랑 위내시경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먼저 국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하루 전날 저녁 10시부터 금식, 물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해서 아침 9시에 예약해서 받았다.
배고픈 건 참겠는데 물도 못 먹고 받으려니까 정말 목말라서 죽겠는데 그래도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물도 마시지 말고 좀 참고 가는 게 좋다.
접수대에서 위내시경은 일반 내시경은 8,000원 유방암 검사 3,000원 추가라고 해서 검사비를 내고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일반 건강검진 시작.
먼저 몸무게 재고, 눈 검사, 청각검사, 혈압, 피 뽑고, 소변검사 등등... 일반 검사는 별거 없으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일반 위내시경 검사가 제일 걱정되었다. 엄청 힘들다고 후기를 들어서 살짝 겁먹는 것도 있고.
유방암 검사.
피 뽑고 유방암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기 지루해서 멍 때리고 있는데 나를 호명하였다.
담당 선생님이 물어보신다..
"혹시 전에 유방암 검사해보셨나요?"
"아니요."
"음... 좀 많이 아프실 수도 있어요. 상의 탈의해주세요."
음..... 음..... '음'의 의미가 대체..................... 뭐지?
일단 무슨 기계 앞에 섰는데 담당 선생님이 가슴을 네 번 쥐어짤 거라고 하셔서 네네... 했는데 진짜 기계가 가슴을 세계 쥐어짠다.
번갈아 한쪽씩 진행이 되는데 기계가 가슴을 잡아서 가차 없이 짜부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치 프라이팬에 던져진 부침개 반죽을 골고루 꾹꾹- 야무지게 눌러가며 익히듯이.
으아아아~~ 앓는 소리를 냈지만 어린이가 아니라 클 대로 큰 성인이라
"좀 아프세요. 잠깐만 좀 참으세요. (영혼이 없음)"
라는 리액션만 돌아왔다.
'어른이도 아플 수는 있다고요!'
어찌어찌 큰 뒤집개 기계가 날 놓아주어서 후다닥 옷을 입고 마지막 코스를 장식할 위내시경실로 찾아갔다.
'수면내시경은 너무 비싸. 난 일반 내시경 받을 거얏!'
하고 호기롭게 왔지만, 뭐.... 죽기야 하겠어?
내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에 위내시경실로 들어갔더니 신발 벗고 침대 위에 누우라 하셨다. 그리고 옆에 비스듬히 눕히더니 한쪽 다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내 입에 호스가 들어갈 구멍이 뚫린 입마개를 씌운다.
"삼분 정도 걸리시는데, 용종이나 이런 게 있으면 더 걸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진짜 입에 검은 호스가 쑥~ 들어왔다. 우웩~ 헛구역질이 엄청나고 침도 막 나고 코로 숨쉬기가 진짜 너무 어려웠다. 겨우겨우 헛구역질을 참고 정면에 보이는 티브이 화면에는 내 위를 통과하는 내시경 카메라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음.... 깨꼬롬한데?
그 와중에도 내 신체 내부사진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인체의 신비... 과학 다큐 같은 데서 많이 봤던 장면 같은 게 휙휙- 지나갔다.
"다 끝나셨어요." 하고 들어올 때만큼이나 나갈 때도 훅- 나가는데 왈칵 기침이 터져 나왔다.
"이이... 끝으으으? (이제 전부 가 끝난 건가요)"
"아, 네. 이제 나가셔도 돼요."
위내시경을 나오자마자 눈물, 콧물 좀 닦고 잠시 화장실 가서 세수도 좀 하고 물로 입안도 헹구고 했더니, 이제 좀 진정이 된다. 막 술 먹다가 오바이트 심하게 한 느낌?
막상 해보니까 엄청 힘들지는 않은데 진짜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1시간 같은 1~2분이었다.
다행히 위에 이상은 없고 식도염 하고 위염이 조금 있다고만 하셨다. 오늘은 가급적 죽을 먹으라고 말해주심.
다른 것은 우편으로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하셔서 병원 밖을 나왔다.
'일단은 건강하다는 거 아닌가?'
위랑 식도에 염증이 조금 있는 걸 보니 커피, 단 음식,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안 먹어야겠다.................................
으음.....하지만 이럴거면 왜 사는지 모르겠다.
난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마시는데 스트레스받을 때 매운 음식 좋아하고 아침에 모닝커피 딱 한잔 마시는 게 즐거움인데, 이러면 도저히 못 살 거 같다.
매운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좀 덜먹는 방향으로. 모닝커피 딱 한잔 먹는 건 그냥 그대로.
건강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먹는 즐거움도 있으니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다.
이제 치과 정기검진만 남았다..... 이것도 떨리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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