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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대학로 연극 극적인 하룻밤 - 원나잇? 로맨스? 관람기

 

오랜만에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갔다. 

코시국 전에는 정말 자주 갔었는데 한 2년은 발길을 끊은 거 같다. 

그냥 가볍고 재밌는 로맨스가 보고 싶어서 고른 극적인 하룻밤.

친했던 선배 형과 사랑했던 옛 애인의 결혼식에 씁쓸한 기분으로 참석한 정훈은 밥 한 끼 먹고 가려다 들린 뷔페식당에서 연어초밥 내놓으라며 막무가내로 엉겨 붙는 이상한 여자 시후를 만나게 된다. 시후와의 실랑이 도중, 각자의 옛 애인이 서로 눈 맞아 결혼했다는 사실을 정훈은 뒤늦게 알게 된다. 시후는 정말 죽고 싶다며 정훈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자고 보채고, 이에 난감해진 정훈은 엉뚱한 그녀의 매력에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발동하는데… 어쩌다 하룻밤을 허락한 정훈, 고개 숙인 채 정훈의 뒤를 묵묵히 따라가는 시후. -네이버 출처

JS 아트홀.

오랜만에 온 대학로는 2년 전과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왠지 반가운 느낌. JS아트홀까지는 지도 찾기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연장은 지하에 있었는데 지하특유의 냄새도 없고 화장실도 대체적으로 깨끗했다. 대학로에서 가장 고민인 게 화장실인데 시설이 꽤 잘되어있는 편이다.

공연전 모습.

평일 대낮인데도 제법 관람객이 많았다. 약간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자 시작한다.

남녀 주인공 2명이 장장 100분 가까이 호흡하며 극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보면서 그냥 재밌었다. 

원나잇이라는 주제도 자칫 무거워지거나 너무 가벼워질 수도 있는데 물병, 탁자, 의자 등을 이용해서 코믹하게 표현하는 모습도 좋았고 약간의 노출장면도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여배우분이 첫 등장 씬부터 징징거리는 역할이라 너무 몰입이 안됐는데 전 애인에게 차이고 수면제 먹을 만큼 힘들고, 충동적으로 남배우에게 하룻밤을 보채고 하는 장면에서 아.... 어쩐지... 하고 이해가 갔다. 

얼결에 술 먹고 옛 애인의 파트너였던 사람과의 잠자리. 그 후의 두 사람 사이의 난감함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장면은 웃으며 봤고 둘이 잠시 헤어질 뻔하다가 서로의 마음을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엔딩은 되게 뻔하지만 좋았다.

나는 연극 볼 때 소품이나 무대 인테리어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 작은 공간에서 적절한 가구 배치로 여러 공간이 만들어지는 게 되게 재밌었다. 

그냥 너무 무겁지 않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이거 영화로도 있었던 거 같은데, 줄거리를 연극에 맞게 각색한 듯. 연극은 엔딩이 여배우가 프랑스로 떠나는걸 남배우가 잡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영화는 장례식장에서 만나 붙잡는 장면으로 끝난다. 

잠시 포토타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러닝타임이었는데 역시 끝은 아쉽다. 항상 연극이 끝나면 왜 이리 아쉬운지.

이제 날씨도 풀렸으니까 종종 문화생활하러 나가야겠다.